요즘 쇼펜하우어가 인기가 있어서 읽어보았다.
읽기 전에도 SNS나 책방에 있는 짧은 글들을 읽어보면 직언을 하고 좀 더 현실적인 조언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라는 책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책도 궁금해졌다.
난 올해 딱 만 마흔이 되었다. 마흔이 되니 체력도 예전 같지는 않아서 더 운동도 해야겠다 생각이 든다.
책의 구성은 아웃풋 하기 좋게 되어 있다. 오른쪽 페이지에 쇼펜하우어의 말이 짧게 쓰여있고 왼쪽에 그에 따른 나의 생각을 정리하게 되어 있다.
내가 책을 읽는 방식인데, 책에 직접 해볼 수 있게 되어 있다.
하루 한 문장 같은 형식인데, 신기하게도 아예 페이지가 없다. 그래서 보통 책을 읽고 중요 문구가 나오면 페이지 번호도 같이 메기는 나인데, 페이지가 없어서 그 점은 아쉬우면서도 페이지 번호가 뭐가 중요한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인상적인 문구들이 다를 것인데, 나는 이 문구들이 와닿아서 몇 개의 문구에 대한 생각을 써본다.
아침은 활력 넘치는 상태로 가지고 있는 힘을 오롯이 발휘할 수 있는 시간대다. 그러니 늦잠으로 소중한 아침을 짧게 마치거나 쓸데없는 일이나 수다로 헛되이 써버려서는 안 된다.
오전 시간은 소중하다. 오전에도 역시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막상 했을 때 오후의 시간대 보다 훨씬 수월하게 하고 싶다. 특히 뇌를 활용하는 일의 경우 그렇다.
오전에는 짧게 명상을 하고, 그날의 일과를 정리하고 뇌를 사용하는 중요한 것들을 해내야 한다. 오후에는 상대적으로 뇌 사용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신체 활동으로 채우면 효과적으로 하루를 살아낼 수 있다.
점잖은 척은 상대에게 경멸감을 일으키는 속임수이며,
자신의 실체를 감추고 남의 눈에 좋게 비치려는 속 보이는 얕은 수작에 불과하다.
점잖은 척에 대한 비판은 나에게 신선한 시각을 가져다주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점잖은 척하는 사람이 진심이 아님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상황에서 서로 약속된 무엇이 있다는 듯이 웃으며 행동한다.
속임수이거나 빤히 보이는 거짓인데 이런 모습이 자신의 체면을 지켜줄 것이라 착각을 했던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든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자부심은 본인에게 뛰어난 재능과 특별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을 가졌을 때 가질 수 있다.
나도 나의 재능에 집중하고서부터 나의 겉모습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고 겉모습을 엉터리로 하고 다녀야겠다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항상 내적인 성장과 실질적 내 실력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별로 생각을 안 하게 되었고 그런 것이 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불필요한 긴장 같은 게 줄어들었다.
그 어떤 의문과 문제라 할지라도 마주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지혜는 철학 할 용기를 준다.
마주한다는 말을 듣고 생각한 게 어린 시절이었다. 아이들이 잘 우는 이유는 당면한 현실을 제대로 마주해서 이 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른들은 술로, 담배로 어떤 환기 장치로 또 정신을 딴 세상으로 가게 하는 어떤 주문이나 자기를 속이는 방식으로 현실을 외면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아이들에게 세상은 위험이기도 하고 도전이기도 하다. 있는 그대로를 보고 이 안에서 해결책을 찾고 또 고통을 느낀다.
아이들의 입에서 지혜의 말들이 나오는 이유는 현실을 바로 보는 용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명예와 체면은 인간이 타고난 본성과 다르며 존재의 본질과도 거리가 먼, 정상적인 인간관계에선 결코 생겨날 수 없는 편향된 악습이다.
체면이란 것 누구나 알고 있다. 거짓이란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서운하고 괴롭고 신랄하게 즐기기를 원한다. 그런 사람으로 보이는 것을 두려워서 그런 사람이 아닌 양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없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진정한 인간관계를 막고, 또 배움을 막는다.
자신을 진실되게 들어낼 때 성장이 있고 배움이 있다.
중요한 건 내가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한 사람들도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을 거란 사실이다.
아마도 이 말이 맞을 것이다. 우리도 누군가를 볼 때 어딘가 행색이 아쉬운 경우를 만나게 된다. 그래도 그 사람이 당당한 모습을 보이면 그냥 옷을 저렇게 입었나 보다 하고 지나가게 된다.
그런데 스스로 뭔가 자신에 대해서 부끄러워하면 옷을 멋지게 차려입어도 사람들은 눈치챈다.
'이 사람 뭔가 숨기고 있고, 자기 자신을 부끄러워하는구나'
관상이 과학이란 말이 있다. 그 이유는 사람은 좀처럼 자신을 숨기기 어렵고 또 자신을 숨기는 것이 그렇게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결코 잘하기도 어렵다.
자신의 재능에 집중하면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며, 한편으로는 타인의 시선에 둔감해진다. 나 스스로 온전히 즐겁고 할 일도 많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은 완벽하지 않다.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끈기가 없으므로 나의 말과 행동에 따라 호감은 언제든지 반감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인간은 변화 무쌍하다. 언제는 기분이 좋았다가 언제는 또 나쁘다. 좋은 생각을 하는 상태일 때도 있고 무조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때에도 있다.
이래서 우리의 삶이 즐거운 것이다. 늘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우리가 지루할 것이다. 뭐랄까 심심한 사람인 것. 그런 사람은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내면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시시각각 우리는 변화하고 있다.
변화와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즐기자.
우리가 아이였을 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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